카이스트 다니는 한의사…! 정말 흔치 않은 길을 걷고 있는
분입니다.

과연 카이스트에서 공부를 하는 한의사는 어떤 분일지 이번에도 한 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연구를 꿈꾸는 한의대생과 예비 한의대생들 모두 집중하세요 ㅎㅎ
정재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정재균 한의사 약력>
동신대 한의학과 2012년 입학, 2018년 졸업
자생한방병원 본원 2018년 입사, 2019년 인턴 수료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2019년 입학

<남달랐던 한의대생>

톡 : 언제부터 연구를 꿈꾸셨나요?

정 : 고등학생 때부터 저는 한의대에 가서 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의대엔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상대적으로 연구자가 적은 한의대에서 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물론 그 때 생각하던 연구와 지금 생각하는 연구는 약간 다르지만요. 밤하늘이 어두우면 별이 더 밝게 보이듯이, 저도 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제가 좀 마이너감성이 있거든요.(웃음) 지금도 한의사치고는 마이너한 진로잖아요.

톡 : 그럼 한의대에 다닐 때도 연구를 위한 준비를 계속 하셨었나요?

정 : 연구실에서 인턴을 계속 했어요. 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학부생연구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그 때 첫 논문도 썼고요. 두 번째는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에서 인턴을 했었어요.

톡 : 와 그 때가 몇 학년이었나요?

정 : 경희대는 본2 때, 서울대는 본4 때에요. 서울대에는 매년 이런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모집을 하거든요. 지원해서 합격했었던거죠.

톡 : 한의대에서 연구를 해보겠다 라는 생각을 갖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그럼 학부 때 혼자 공부하고 연구자의 길을 준비하는 게 외롭진 않으셨나요?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떠셨는지요?

정 : 정말 외로웠죠. 주위에 이런 공부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깐요. 수업 끝나고도 혼자 공부를 계속 했고, 방학 때도 계속 이런 일을 했어요. 연구자의 길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연구실 인턴을 되게 일찍 시작하는 편이거든요. 저 말고 다른 친구들은 저보다 더 일찍 시작한 학생들이 많아요. 저는 본2 때 김현호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한 게 시작이었어요. 이유 없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듯 저도 이유 없이 갑자기 좋아하는 분야가 생겼고, 좋은 기회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이것저것 배우다보니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졸업 전에 그런 노력들을 인정받은 것 같아 다행이예요.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던 정재균 한의사!

<인턴 생활을 하고 대학원에 지원하다>

톡 : 학생 때부터 임상 한의사의 길은 별로 고려하지 않으셨었나요?

정 : 학교 다닐 때는 임상을 안 하려고 했었어요. 본4 후반부에 병원 원서를 쓸 때쯤, 알다시피 계~속 생각이 바뀌잖아요. 그 때 생각을 해보니깐, 나중에 연구를 하다가 혹시 잘 안 풀렸을 때를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관심 분야가 임상역학(clinical epidemiology)였던 것도 한 몫 했죠. 그래서 연구와 진료를 병행할 수 있는 병원이 어딜까 하다가 자생한방병원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톡 : 그럼 병원에 가기 전부터 연구에 대한 생각을 하고 병원에 지원하셨나요? 인턴만 하고 연구를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던가..

정 : 그건 아니에요. 자생에는 연구소가 있잖아요. 병원 면접을 볼 때 연구소에 계신 분이 나오셔서, 연구소에서 전문연구요원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니 이걸 할 사람은 의무사관후보생 서약서를 쓰지 말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전 서약서를 쓰지 않았어요. 그럼 수련의를 하면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문연구요원으로 갈 수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간을 아낄 수가 있거든요. 사실 이런 건 병원 들어가기 전에 한 생각이고요, 인턴 때는 정신이 없어서 이런 고민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나중에 레지던트 원서를 쓸 때쯤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아카데믹한 연구를 한번 풀타임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오게 되었어요.

톡 : 그럼 카이스트 대학원에 지원을 하실 때 미리 교수님께 컨택을 하고 지원을 하셨었나요?

정 : 아니요, 전 그냥 공고가 떴길래 지원을 했고 합격했어요.

톡 : 카이스트 대학원 입학면접은 어땠나요?

정 :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나면 면접 일주일 즈음 전에 논문을 미리 8개정도 주고 고르도록 해요. 면접장에 들어가면 제가 골랐던 논문의 figure와 table만 덩그러니 PPT 화면으로 띄워져 있으니 그걸 보고 어떤 논문에 대해 소개하면 되고, 이어서 관련 분야를 전공하신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하면 됩니다. 그 논문은요.. 음… 제 전공 분야가 아니긴 하지만 간략히 설명하자면,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tau-protein이라는 물질이 있어요. 이 단백질의 구조를 알면 치료제를 개발하기가 수월하겠죠. Cryo-EM으로 보면 3차원적인 구조를 볼 수 있다 이런 논문이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대충 하니 교수님께서 저한테 물어보시더라고요. “단백질의 정제 분리방법 중 아는 게 있나?” 그래서 “모르겠습니다” 라고 했더니 하나라도 말해보래요. 근데 전 진짜 하나도 몰랐거든요. 그래서 모르겠다고 했죠 ㅎㅎ 그랬는데 다행히 붙었어요.

저는 누구랑 상의하면서 준비한 게 아니라서 합불 표본을 모르긴 해요. 그런데 합격 후에 동기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부 때나 전공의 시절의 이런저런 연구 실적, 수상 경력이 합격에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아요.

<인턴 vs 대학원생?!>

톡 : 인턴생활 vs 대학원생 생활 뭐가 더 빡세나요?

정 : (아직까지는) 인턴이 훨씬 빡센 것 같아요…ㅋㅋㅋㅋㅋ 다만 감안을 해야 하는게, 제가 일했던 병원은 정말 일이 많은 병원이었고 지금 제가 속한 랩은 일과 시간은 조금 여유로운 편에 속하는 랩이에요. 그리고 인턴은 직장인 신분이고 대학원생은 학생이잖아요. 그 차이가 있죠.

톡 : 병원에 있다 대학원에 오니 더 좋은 점은 뭐라고 느끼시나요?

정 : 병원에 있다 보면 너무 바쁘다 보니 정신이 없어요. 병원 생활을 하면서 연구자로서의 외연을 넓히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하기에는 제 능력이 부족하더라구요. 그런데 대학원에 와서 다른 분야 전공자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하다 보니 연구자로서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내가 하는 일이 어쩌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인류의 지식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더 들더라고요. 그리고.. 인턴 때는 운동을 못 했는데, 지금은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런데 왜 카이스트?!>

톡 : 대학원이라는 진로를 선택했을 때 어느 곳에 지원할지도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보통은 한의대 대학원을 가장 먼저 생각할 것 같은데 왜 카이스트로 가신건가요?

정 : 다른 전공을 하신 분들과 소통을 하며 큰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전 전산이나 통계 쪽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한의대보다는 다른 곳에서 공부해보고 싶었죠. 가천대 김창업 교수님도 다른 곳에서 공부하고 한의계로 돌아와서 한 번 바라보라 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해요. 비슷한 맥락이죠.

톡 : 정말 큰 일을 하실거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ㅎㅎ 그나저나 카이스트 학비는 얼마나 되나요?

정 : 여기는 한 학기에 90이에요. 학생회비나 의료상조회비는 선택 사항인데 그것까지 하면 약 100만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요.

톡 : 와 90이요..?

정 : 카이스트엔 카이스트 장학생과 국비 장학생이란게 있어요. 입학할 때 체크하는 칸이 있어요. 학과마다 다르지만 우리 대학원은 보통 교수님과 컨택이 되어 있으면 카이스트 장학생으로 들어오고 안 되어 있으면 국비 장학생으로 들어온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연구실에서 생활비를 주거든요. 석사는 180이하, 박사는 250이하 이게 상한선이에요. 물론 모든 랩이 상한선만큼 주지는 않지만요. 학비로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습니다. 일단 석사과정 때도 30만원 약간 안 되는 국비 학자금이 나와요. 거기에다가 각 연구실에서 나오는 ‘랩비’라는게 합쳐지는데 그 액수는 연구실 마다 다르고요.

톡 : 대학원을 다니면서 주말에 당직근무를 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돈을 벌 순 없나요?

정 : 우리 대학원은 들어올 때 영리 목적으로 진료를 보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여기 오는 사람들 중 전문연구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겸직 금지 조항이 있기도 하고, 연구에 좀더 집중하라는 뜻도 있는 것 같고요. 혹여나 진료를 했다가는… 보험 청구를 할 때 다 걸리죠 ㅎㅎ 전에 재학생 몇 분이 이런 문제로 대학원 생활을 계속하지 못하고 현역으로 복무하게 된 경우가 있다고 OT 때 말씀하시더라고요.

<군복무는?!>

톡: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가면 군복무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박사까지 끝내고 군복무를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정: 주로 박사 전문연구요원을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스웍이라고 하는 대학원 교육과정을 전부 이수하고 3년의 복무기간이 시작되는 거라 박사과정의 경우 코스웍 1년을 더해 4년, 석박사통합과정의 경우 코스웍 2년을 더해 5년 동안 대학원에 재학하면서 군복무까지 해결할 수 있어요. 이건 수료 기준이고요,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이 4-5년에서 더 늘어날 수도 있어요. 이 기간 안에 졸업하는 경우가 많지만요. 길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타 대학에 비하면 카이스트가 짧은 편이예요. 다른 학교는 보통 코스웍만 2-3년 하거든요. 아무튼 이렇게 과정을 마치고 나면 군복무도 해결되고, 박사 학위도 받을 수 있어요. 좋은 제도죠? 그래서 제 의과학대학원 동기들은 다 남자예요. (웃음)

<대학원 생활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톡 : 현재 어떤 연구실에서 어떤 공부와 연구를 하고 계신건가요?

정 : 저는 의과학대학원 재학생이지만 다른 학과 연구실에 속해 있어요. 의과학대학원에서는 원한다면 다른 과 교수님께도 지도를 받을 수 있거든요.


저는 EMR(전자의무기록)에 관심이 많아서 이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같은 방법을 EMR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해볼게요. 예를 들어 누가 입원을 하면 환자의 여러 가지 정보를 등록할 수 있겠죠. 성별, 나이, 입원시각 등… 만약 그게 암 환자라고 해볼게요. 그럼 조직검사나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알아낸 cell type, 소견 등의 여러 정보를 입력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를 통해 그 사람이 이 사람이 암 환자인지 아닌지의 여부도 입력을 해요. 이런 데이터가 많이 쌓이다 보면 컴퓨터에게 이걸 학습시켜서 다음에 어떤 환자가 왔을 때 그 환자의 정보를 가지고 암 환자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예측할 수 있겠죠.

이건 머신러닝을 처음 배울 때 등장하는 하나의 예시고요, 저는 이처럼 EMR을 통해 환자 수준의 예측(patient-level prediction)을 하는 데 관심이 있어요. 관련 해커톤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는 중이고, 약물의 부작용을 예측하거나 약물상호작용을 예측하는 등의 프로젝트도 진행했어요.

톡 : 아하.. 그렇다면 어떤 것을 EMR을 통해 알고 싶은 건지 생각해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되겠군요?

정 : 그렇죠. 좋은 답변을 찾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좋은 임상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 병원에서 일했던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 예방의학교실에서 인턴을 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더라구요.

톡 : 대학원생으로서 수업은 얼마나 들으시나요?

정 : 9학점 이상, 12학점 이하로만 들을 수 있어요.

톡 : 대학원생이 12학점이면 되게 많은거 아닌가요?

정 : 그렇죠? 저는 지난 학기에 세 과목을 들었어요. 한의대 다닐 때 전공필수 과목만 해도 엄청나게 들으니 아무것도 아닐 줄 알았는데, 한 과목 한 과목의 로드가 엄청나더라고요. 과제 하나 시험 하나, 어느 것 하나 이 학교는 대충, 적당히 하는 게 없어요.
의과학대학원에서는 우리 학과의 과목만 들어야 한다거나 하는 규정이 없어서 관심 분야의 수업을 (비교적) 자유롭게 들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잘 생각해야 해요. 지난 학기에는 산업공학과의 데이터마이닝 수업을 들었고 이번 학기에는 생명화학공학과의 기계학습 과목을 듣고 있는데, 저는 모든 게 처음이라 이리저리 헤매는데 다른 사람들은 엄청 능숙하게 잘 하더라구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런 거 해온 프로들이니 당연히 잘 하는 거긴 한데, 그걸 따라가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연구에 있어서도 대학원생의 생활은 학부생 때의 그것과는 달라요. 학부생 때는 정말 해보고 싶은 걸 하면 되고, 설령 내가 조금 못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거든요. 근데 대학원부터는 내가 여기까지 온 만큼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고, 학과 과목 조교나 이런저런 행정적인 일도 있고… 신경 쓸 게 생각보다 많습니다.

톡 : 카이스트에선 시험을 어떻게 보나요?

정 : 학부 때랑 똑같아요. 다만 모든 게 영어에요. 강의계획서부터 시작해 출석체크, 강의, 시험,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할 때나 발표를 하는 것까지 모두 영어예요. 카이스트에선 한국말을 못 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예요. 학과 공지사항 메일도 전부 영어로도 보내주고요. 논문도 당연히 영어로 써야하고요.
지난 학기에 들은 심리철학(Philosophy of mind)라는 과목이 생각나네요. 중간고사 문제가 존 로크의 1차 성질과 2차 성질을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언어 이론과 결합하여 설명하라는 에세이 문제였죠. 영어로 A3 용지 두 장 정도를 꽉 채우면 됩니다^^

   그리고 대학원 학점은 후하게 준다는 세간의 인식이 있는데, 카이스트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실제로 제 주변에 시험을 잘 못 봐서 D0 받은 대학원생도 있답니다.

톡 : 대학원에 가려면 영어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네요?

정 : 연구를 하려면 영어는 피해갈 수 없죠.

<한의사.. 연구하는데 어떤 이점이 있는거죠?>

톡 : 그런데 말입니다, 한의사라는 점이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나요?

정 : 작년까지만 해도 체감을 못 했어요. 그런데 이곳의 대학원생들은 굉장히 스트레스가 심한데, 가장 큰 걱정이 졸업을 제 때 못할까봐, 혹은 졸업을 하고 나서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에 대한 거예요. 요새 말로 엑싯이라고 하죠. Plan B가 없다 보니 이런 게 큰 고민거리에요. 한의사 면허는 그런 부분에서 부담을 훨씬 줄여줘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연구에 더 집중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이 점을 굉장히 부러워하더라구요.

아까 말씀드린 좋은 질문을 찾는 과정에서도 한의사라는 점이 도움이 됩니다. Clinical insight라고 하는데, 이런 건은 의료기관에서의 경험이 없다면 얻을 수가 없죠.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학생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큰 권한이예요. 저도 인턴을 수료하긴 했지만 한의사로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못 해보고 나왔다는 아쉬움은 있어요. 저보다 더 많은 임상 경험을 하신 분들이 부러울 때가 있죠.

얼마 전에 아주대학교병원에서 해커톤이 열렸는데 그 때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대학병원의 펠로우, 교수님들이 많이 오셨어요. 관심은 있지만 컴퓨터에 R도 안 깔려 있는 분들이 많았는데, 조금만 배우니깐 본인의 임상 경험과 연계해 정말 좋은 임상적 질문을 만들어내시더라구요. 그게 좋은 연구자가 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톡: 의과학대학원엔 의사 선생님들도 상당히 많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정 : 저희 동기 중에서는 저만 한의사고, 나머지는 전부 의사예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입학할 수 있는 대학원이지만 의사가 절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저희 연구실은 의과학대학원 연구실이 아니라서 컴퓨터나 생물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주를 이루지만요. 사실 의과학대학원이 아닌 대학원에 지원해서 합격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죠.

 톡 : 그럼 의과학대학원에서 한의사, 의사 갈등 같은 건 없나요?

정 : 그런 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우리는 모두 과학을 하러 온 사람들인데, 논문으로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웃음) 오히려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높게 평가받거나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놀랐어요.

톡 :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다른 한의사 분들도 계시나요?

정 : 네. 올 초에 한의사 두 분이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을 졸업하셨어요. 그리고 지금 저랑 같이 다니고 있는 전문의 선생님 한 분이 계시고요. 여긴 주로 전문의 선생님들이 많아요.

<목표?>

톡 : 생명, 컴퓨터 사이언스 공부를 하고 계신다 하셨는데 졸업할 때까지 이 공부를 계속 하시는건가요?

정 : 세부주제는 바뀔 수 있지만 큰 틀은 계속 갈 것 같아요.

톡 : 그걸 나중에 한의학과 연관을 시키고 싶어서 선택을 하셨나요?

정 :  음.. 저는 제가 좋아하고 재밌는 일을 찾아서 하면 그걸로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졸업할 때가 되어서 더 진로가 명확해지면 알겠지만 저는 한의학만을 고집할 생각은 없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한의계를 넘어선 더 넓은 세계를 생각했어요. 더 넓은 곳에서 더 배우고 활동을 하면 그것 자체로 한의학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한의계를 위한 길 아닐까 싶어요.

 제가 지금 EMR(전자의무기록)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대학교병원에서 EMR을 가지고 하는 해커톤에 나갔을 때, 제가 자생한방병원에서 일을 했다고 하니 의사들이 한방병원에서도 EMR을 쓰냐고 물어보더라구요. 다들 한의사가 온 것 자체를 신기해하고, 이런 걸 한의계에서도 할 수 있어요? 라고 물어요. 약간 속상한 부분이지만 외부에서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만큼 한의계의 저변이 더 넓어져야 합니다. 과학자들 모임에 가도 한의사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아요. “한의사인데 카이스트에 계세요?!”라면서요. 외부와의 교류가 많아질수록 한의계는 더 성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꿈꾸는 한의대생에겐?>

재학 중에 경험을 많이 해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연구자나 과학자에 대한 환상 또는 선입견을 갖기보단 실제로 대학원생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학위를 받고 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알아본 다음에 선택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학부생으로서는 방학 때 연구실에서 인턴을 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일 테고, 흥미가 있어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걱정하지 말고 와도 될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래도 후회 없을 진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과학 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의료인의 길을 선택했다면 인생에서 한 번쯤 가볼 만한 길인 것 같아요. 전문가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한의대생에게 한마디?>

우리가 대학에 진학할 때는 어떤 게 좋은 선택지고, 어떤 게 어떤 것보다 더 낫다는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죠. 그런데 한의사가 되고 나면 정답이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고 재밌어하고, 잘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행복하게 사는 게 답인 것 같아요. 병원에 있든 대학원에 가든 개원을 하든, 어차피 의료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거고요. 좋아하는 분야를 열심히 찾아보고, 어떤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게 후회 없는 의사가 되는 길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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