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조재흥 교수
경희대학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조재흥 교수

턱관절 장애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과제를 진행하면서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연구를 현재까지 끌고 올 수 있었습니다.

본 과제에서는 턱관절 장애 환자 진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추나요법과 약침술을 통해 임상연구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그래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하 CPG : Clinical Practice Guideline) 예비 인증을 완료한 현 시점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것은 구강내 균형장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본 칼럼에서는 아쉽게도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구강내 균형장치에 대한 임상연구 계획을 중도 포기해야 했고 CPG 개발 당시에도 RCT 연구의 부족으로 권고등급을 GPP로 할 수 밖에 없던 사연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턱관절 장애 치료와 연구에서 구강내 균형장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히고자 합니다.

1. 턱관절 장애 CPG에서 구강내 균형장치 근거 부족에 대한 문제

표준임상진료지침이 향후 보건복지부에서 비표준화된 진료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는 사업 초기부터 있어 왔으나 이런 우려로 인해 정부에서 주도하는 표준임상진료지침 사업을 한의계에서 보이콧할 수도 없는 상태고, 불가피하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외적으로도 떳떳할 수 있도록 원칙대로 잘 만들어 보자는 것이 저희 연구진의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턱관절 장애 뿐만 아니라 모든 질환에서 한방 의료 행위의 RCT(편집자 주 : 무작위대조시험, Randomized Controlled Trial) 논문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는 구태여 저희 임상진료지침을 보지 않아도 조금만 검색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RCT 논문이 부족하다고 하여 그 행위가 부정되거나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없으며(증례보고 논문은 이미 많은 자료가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다만 지침 개발에서는 RCT 논문만을 대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본 지침에서는 GPP 등급을 부여하여 아직 치료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문헌 근거는 부족하나 임상적 활용도가 높고 효과가 우수한 치료 행위이므로 ‘턱관절 치료시 구강내 균형장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본 과제에서 GPP 등급은 구강내 균형장치뿐만 아니라 한약과 추나도 RCT 논문이 부족하여 이와 동일하게 GPP 등급으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구강내 균형장치 vs 스플린트 용어 사용 문제

CPG 개발 과정 중에 턱관절균형의학회의 이영준 원장님과 처음 통화를 하였을 당시 본 연구진은 이미 stabilization splint를 대상으로 문헌 검색과 분석까지 모두 완료한 상태였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CPG 개발 초기에 작성된 스플린트의 권고안 결과입니다. 스플린트는 이미 RCT 연구도 많았고 근거수준도 꽤 좋은 편이었습니다.

스플린트

스플린트 치료는 성인의 턱관절장애에 대해 상담이나 기타 구강내 장치 및 무처치보다 유의한 통증 개선 효과가 보고되었다. 이에 따라 턱관절 장애 환자 임상 진료시 스플린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B/Moderate)

그런데 권고안을 최종 완성하기 전 이영준 원장님께 자문을 구하기 위해 연락을 드린 이후 스플린트라는 행위명을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였고 저희는 급히 스플린트라는 용어를 구강내 균형장치로 모두 변경하였습니다. 또한 한의사가 법적으로 사용 가능한 스플린트가 연성 스플린트라는 이영준 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저희가 분석에 사용한 모든 RCT 를 검토해보니 모든 논문이 미시건 스플린트와 같은 경성 스플린트에 대한 임상 연구라는 사실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판결문을 구해보지는 못했지만, 음양균형장치에 대한 소송 관련 기사에서 확인해본 바, 2심 판결문에서 음양균형장치와 스플린트는 형태와 재질이 다르고, 다른 의료기기로 보인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음양균형장치가 치료 진료시 사용하는 스플린트와 유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형태와 재질이 다르고, 스플린트에 비해 부작용 등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료기기법상 의료용 누르개로 등록돼 있어 스플린트 등의 교합장치와는 다른 의료기기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저희가 임상진료지침에서 스플린트=구강내 균형장치로 다룰 경우 이러한 판결의 흐름에 반하게 되어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을 우려하여 스플린트의 근거를 활용하지 않아야 할 것 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스플린트로 다시 용어를 변경한다고 하여도 권고안 작성에 사용된 RCT 논문이 모두 경성스플린트에 해당하여 여전히 구강내 균형장치 내용과는 거리가 있으며 그냥 치과의 스플린트를 저희가 대신 분석해주고 권고하는 모양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점들로 인해서 이번 권고안의 내용이 향후 턱관절균형의학회의 소송이나 분쟁 등에서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최악의 경우 진료지침 권고안에서 구강내 균형장치를 삭제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권고안에서 GPP 등급이 나왔다고 해서(한약과 추나도 동일한 상황) 그 행위의 근거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구강내 균형장치 장(章, chapter)을 넣어서 한의사들이 턱관절 장애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표준 한방 의료 행위임을 명시하는 것이 대외적으로 의미가 더 클 것으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추가적인 문헌 검색을 시행하였습니다.

3. 그리고 2018년 11월 29일, 마침내…

턱관절 장애를 겪는 환자에게 구강 내 보조 장치를 활용해 치료한 한의사에게 최종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대법원이 기나긴 법정 다툼을 매듭지은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한의사의 턱관절 진료영역 침범, 구강장치 치료는 위법” 이라는 이유로 한의사를 고발하여 5년에 걸쳐 진행된 소송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턱관절 영역의 장애 및 불편에 대한 치료는 치과의사의 배타적 고유 영역이 아니라 성형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전문의도 할 수 있는 영역” 이라며, “보조 기구를 활용한 턱관절 교정행위를 치과의사의 독점적 진료영역으로 인정한다면 다른 의학 분야의 발전에 저해를 가져올 수 있고 피고인의 기능적 뇌척주요법은 한의학적 원리를 적용한 것으로 보여 면허 외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힌 원심을 정당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턱관절 장애 과제를 신청할 당시 임상 연구를 계획하고 있던 치료 중 하나가 구강내 장치였으나 대법원 판결이 지연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구강내 장치를 포기하고 추나요법과 약침술로 변경하여 현재 진행 중이나 늦게라도 턱관절의 치료가 치과 의사의 배타적 영역이 아니고 한의사가 합법적으로 구강내 장치를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본 연구진에게는 큰 기쁨이자 향후 연구 진행에 있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본 CPG 개발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시고 한의계의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간 힘겹게 싸워 이겨내신 이영준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가한의임상정보센터

턱관절 장애 CPG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는 국가한의임상정보센터에 기고된 칼럼입니다. 컨텐츠 제휴를 통해 톡톡하니에서 배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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