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의 주체와 바람
한의약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의 주체와 바람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한방내과 최준용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한방내과 최준용 교수

높은 근거 수준을 갖춘 무작위 대조군 임상 연구는 강한 권고를 위해서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한의약 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해 볼 때 쉽지 않은 현실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 특수성 중 임상시험의 주체와 관련된 문제를 논해보고자 한다.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이전에 감안해야 할 한의약 분야의 특수성

일반적인 신약 개발 절차에서 임상시험은 최종적인 인허가를 득하기 위한 필수 단계이다. 신약 개발의 수혜자인 제약 기업은 이를 위하여 자체적인 연구비 투입뿐만 아니라 정부 R&D 지원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한 재원을 투자하게 된다. 일정 수준이라 함은 충분한 수의 피험자 수, 임상시험의 비뚤림(Bias)을 최소화 하려는 과학적인 설계 등이 포함되며 이를 통해 높은 근거 수준을 갖춘 임상시험이 가능하게 된다. 즉 임상시험의 주체는 산업체이며 산업체와 정부 투자를 통한 자본을 통해 양질의 임상시험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신약 개발 임상시험의 요체인 것이다.

산업체·자본이 배제된 한의약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의 한계

현재 한약 제제의 인허가는 기성 의서에 등재되어 있는 처방을 위주로 여러 인허가 상의 면제 기준을 적용 받아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효능·효과가 부여되어 인허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욱이 한방보험급여가 되는 혼합단미엑스제제는 식약처에서 별도의 효능·효과조차 부여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즉 새로운 인허가 단계에서 임상시험이 필요하지 않은 한약 제제의 임상시험의 주체는 오롯이 연구자가 주도하여 대부분 학술적 목적으로만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학술적 연구 목적에 의한 연구비 재원의 투입은 개별 제약 회사들이 제공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공적 자금 투입으로 가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학술 연구를 통해 어떤 식으로 국민에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어필해야 공적 자금의 투입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의 표준임상진료지침 사업은 현재 학술 목적이면서 공익적인 한약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적 자금의 투입으로 근거 수준이 높은 양질의 임상 연구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는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는 개별 세부 사업에서 다루는 질환들의 속성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의약 임상시험, 연구자 주도·학술적 목적이 대부분

일반적으로 중증 질환의 경우는 진단 비용이나 환자의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이 단기간에 어려울 것이고 환자 1인에 소요되는 임상시험 비용도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임상시험 참여자 수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된다.

반대로 필자가 수행하고 있는 감기 같은 경과 기간이 짧은 경증 질환으로서 1차 의료의 비중이 높은 질환은 1인 당 드는 임상시험 비용이나 중증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장점이 있으나 질환의 특성 상 증상의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매우 많은 참여자를 모집해야 하는 특징이 있게 된다.

현재 연구자 주도의 학술적 한약 임상시험은 식약처의 효능·효과를 추가하는 등의 개별한약 제제의 인허가 사항 변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진료지침 사업에서 수행되는 임상 연구 중 일부는 더 높은 권고 사항을 만들기 위해서 설계된 연구들이라고 생각된다. 식약처에서 부여한 효능·효과 이외의 적응증에 대해 양질의 연구자 주도 임상 연구를 수행하여 임상적 유효성 안전성을 확인하였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근거 수준이 높아져 진료지침에 강력하게 권고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에서 부여하는 한약 제제의 효능·효과에는 아무런 변화가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현재 식약처의 규정에 의하면 새로운 효능·효과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효력 시험(동물실험 등)의 비임상 자료를 먼저 제출하고 연구자 임상이 아닌 인허가 관련 임상시험 허가를 득해야 한다. 이미 시행되어 결과가 나온 연구자 임상시험은 효능·효과 추가를 위한 임상시험 자료로 사용될 수 없다.

기존의 모순 끊고 기업 R&D로 이어져야

현재 의약품인 한약 제제의 효능·효과는 기성 의서의 내용을 국문으로 풀어 넣은 것으로서 한의사들이 진단하고 있는 국제질병사인분류 KCD 적응증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상당수인데, 한의표준진료지침사업을 통해 국제질병사인분류 상의 각 질환에서 권고가 되는 한약 제제들의 효능·효과를 해당 한약제제 의약품에 추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나오게 되면 한약 제제의 대국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고, 간접적으로 영세한 한약 제제 제약 회사들의 활성화와 이를 통한 기업 R&D 재투자의 단초를 마련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국가한의임상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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