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군에서 치과의원을 운영하던 치과의사 A씨는 의원 마케팅을 위한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퍼뜩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아이디어가 있었으니… 이 때까지 A씨는 허위 의료광고 여부를 두고 검찰과 법정 공방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듯 합니다.

대법원 2016.6.23. 2014도16577

‘허위 의료광고’? 재판의 논점

A씨는 ‘미국치주과학회정회원’이 아님에도 피고인의 약력을 소개하면서 46cm × 64cm 크기의 유리액자에 ‘미국○○○○ 치과대학의 임플란트과정수료·치주과과정수료’ 등의 내용을 게재하였습니다.

또, 한 의료광고심의 없이 국내 신문에 ‘○○○○ ○치과 미유학 실력자 인플란트 권위자’라는 제목의 기사 형태로 치과의원 광고를 게재하기도 하였습니다. 2005년 12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약 6년에 걸쳐 이루어진 광고는 결국 덜미가 잡혀 형사재판에 회부되었습니다.

결국 논점은 두 가지입니다. ① 피고인 A씨의 약력을 허위로 소개하며 원내의 유리액자에 비치한 행위가 문제가 되는가? ② 의료광고 심의 과정 없이 신문에 의료광고를 게재한 행위가 문제가 되는가? 각각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하급심 판결 요약

1심과 2심에서 재판부는 일관되게 ‘허위 의료광고’ 관련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문을 직접 살펴보시기엔 내용이 길어 주요한 판결 내용을 추려보았습니다.

  1. 광고란 사업자 등이 자기 또는 다른 사업자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전단, 팸플릿, 포스터,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매체 또는 수단을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하는 것을 포함한다
  2. 진료대기실의 광고는 아직 치료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상담 등만을 위하여 방문한 방문객 등 병원을 방문하는 불특정 · 다수인 또한 대상으로 한다.
  3. 의료인의 약력은 넓은 의미에서 의료인의 기능에 관한 사항으로 환자들이 당해 의료인으로부터 진료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4. 피고인 A씨는 본인의 광고가 단순히 자신의 허위 약력에 대한 광고였을 뿐, 의료행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내용이 아니었으므로 ‘의료광고’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였으나 법령 해석 상 의료행위와 직접적인 광고가 아니라 할지라도 의료인의 경력에 관한 광고도 의료광고에 해당한다.

사안 ①과 관련된 내용이 위 요약의 1~3에 해당하는 내용이며, ②와 관련하여서 법원 4.로 비교적 짧게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나 1·2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 내용은 달랐습니다. 위 두 내용 모두 해당 사항 없으며, 피고인 A씨는 무죄라는 것입니다. 어떤 부분에서 법령 해석이 달라졌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시죠.

① 피고인 A씨의 약력을 허위로 소개하며 원내의 유리액자에 비치한 행위가 문제가 되는가?

의료법 제56조 제3항은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은 거짓이나 과장된 내용의 의료광고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의료광고’라 함은 의료법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그 업무 및 기능, 경력, 시설, 진료방법 등 의료기술과 의료행위 등에 관한 정보를 신문·인터넷신문, 정기간행물, 방송, 전기통신 등의 매체나 수단을 이용하여 널리 알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생략) 피고인은 유리액자 형태의 약력서를 위 의원 내에만 게시하였을 뿐 이를 신문, 잡지, 방송이나 그에 준하는 매체 등을 이용하여 일반인에게 알린 것은 아닌 점, 위 약력서는 의원을 방문한 사람만 볼 수 있어 그 전파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피고인의 경력을 널리 알리는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를 의료광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의료광고 심의 과정 없이 신문에 의료광고를 게재한 행위가 문제가 되는가?

의료법 제57조 제1항은 의료광고의 사전심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이는 헌법상 사전검열금지원칙에 어긋날 여지가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원심판결 선고 후 2015헌바75 사건에서 의료법(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된 것)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 부분과 의료법(2010. 7. 23. 법률 제10387호로 개정된 것) 제89조 가운데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에 관한 부분이 모두 사전검열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거짓 의료광고로 인한 의료법 위반의 점과 의료광고 미심의로 인한 의료법 위반의 점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고 밝히며, 해당 사건을 전부 파기환송 처리하였습니다.

의료법을 법령 그대로, 평면적으로 해석하였다면 위와 같은 판례는 만들어질 수 없었겠지만 구체적인 상황 이해와 헌법재판소의 판단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반적인 상식으로 쉽게 이해할 수는 없는 판단이 내려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피고인 A가 허위 약력을 기재한 명패를 원내에 비치해두었다는 사실과 허위 의료광고 내용을 신문을 통해 전파하기까지 하였다는 점 모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이번 사건 공소 제기된 내용만 놓고 보았을 때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법부는 판단을 내릴 때에 검찰에서 공소 제기한 부분 외의 내용은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만일 검찰에서 또다른 법령도 같이 근거로 들었다면 어떤 결론이 나왔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독특한 판결의 흐름을 따라 긴 판결문을 읽어보았습니다. 사건에 흥미가 생긴다면 판결문 전문을 찾아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건과 법령을 정밀하게 해석하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과 언제나 일치할수만은 없다는 점을 느끼게 되는 판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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