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脈) 대신 맥(MAC) 짚는 한의사?! - 경희대 침구경락연구센터 정원모 한의사
맥(脈) 대신 맥(MAC) 짚는 한의사?! - 경희대 침구경락연구센터 정원모 한의사

오늘 저희 톡톡하니는
한의학 어플 “한의틔움”을 만들고 고려대 뇌공학 석사를 거쳐
현재 경희대 침구경락연구센터(AMSRC)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지내시며
한의학과 프로그래밍의 접목을 통해 임상, 교육, 연구가 잘 어우러지는
한의 생태계를 위해 노력하시는 정원모 선생님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간단 요약 카드 뉴스 : https://talktalkhani.net/20170511-156


 △ 정원모 한의사 프로필

Chapter 1. 정원모 한의사가 말하는 ‘한의학과 컴퓨터 공학’

Q1. 선생님께서는 언제 처음 프로그래밍을 시작하셨나요?

한의틔움 개발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프로그래밍을 배웠습니다.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재밌었고 활용범위가 넓어서 좋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앱 개발이나 데이터 분석쪽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고, 현재 연구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Q2. 대부분의 학생들이 느끼기에 한의학의 현대적 해석, 용어 표준화 등 연구를 위해 어려운 부분들이 많고, 한의학과 프로그래밍이 접목하기 어렵다고 느낍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은 무엇인가요?

사실 공감이 많이 가는 질문은 아닙니다. 한의학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적용하기 어려운 점도 분명히 있지만,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부분은 있습니다. 때문에 한의학만 유난하게 더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한의학 용어 표준화같이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제가 가장 애쓰고 관심있는 분야가 용어 표준화인데, 한 편으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그 이유는 WHO 경혈이 정립되고 교육되면서 큰 잡음 없이 표준안대로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 제대로된 표준화가 구축되면 자연스럽게 용어 표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생각하기에는 한의학이 뒤죽박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예를 들어 동의보감 체계랑 사상의학 체계의 간심비폐신이 다르다는 건 이미 우리 한의사들이 다 알고 있으니까 별도의 아이디를 부여해 다른 그룹으로 나누는 등의 방식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Chapter 2. 정원모 한의사가 말하는 연구원 생활

Q1. 졸업 후 임상 한의사가 아닌, 타 대학원(고려대학교 뇌공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또, 타 대학원인 만큼 다닐 때 느끼신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원래 대학원에 진학할 때에 한의학 대학원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졸업당시는 한의학 외에 색다른 것을 배우고 싶은 열망이 컸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는 뇌와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을 때는 경제적인 면이 어려웠습니다. 타 대학원에 있다보니한의사로서 받을 수 있는 지원도 없고, 풀타임 대학원생으로 학비와 생활비 벌어야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의미있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Q2. 석사과정 이후 경희대 침구경락연구센터(AMSRC)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한의학 주제를 다루기 쉽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센터에 온 후 경제적 사정이 많이 좋아졌고, 군역도 전문연구요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뇌공학 대학원을 다닐 당시에는 한의학 관련 주제를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대로 뇌공학만 하게 되든가, 뇌공학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후에서야 한의학에 대한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 나름대로 그 과정 속에서도 센터의 채윤병 교수님과 소통하면서 최대한 노력은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렵더군요. 결국 석사때 뇌공학 대학원에서 배운 것을 잘 활용해 한의학과 관련된 주제를 제대로 연구해보려고 센터로 돌아왔습니다.

Q3. 연구원으로서 진로를 선택한 후 임상에 대한 아쉬움이 있으시진 않으신가요?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임상에 있는 것보다 연구 쪽은 다이내믹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하고 있는 주제도 많이 변하고, 매번 공부할 것이 쏟아지고, 학회 발표하게 되면 외국도 나가야합니다. 이런 과정이 저는 즐거웠습니다.

Q4. 연구원으로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연구를 하다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슬럼프가 올 때가 있습니다. 너무 막히면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정말로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다시 생각해보면서 극복하는 편입니다.

Q5. 연구원이 되기 위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연구 그 자체가 재밌어보이기 때문에 연구에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큰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명감으로 온 친구들은 도중에 포기하기가 쉽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피상적인 설명만으로는 만족을 못하며 진짜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재미를 느끼신다면, 정말 연구원으로서 자질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재미있는지 아닌지 경험을 해봐야 자신을 알 수 있겠죠??

방학 때 한의대 연구실에 인턴으로 신청하시길 바랍니다. 한의계에서 여러분들을 거절할 곳은 없습니다. 저도 본3 여름방학 때 센터에서 인턴 경험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관심이 있다면, 방학 동안에 한 번 일해보시길 바랍니다. 저희 센터도 열려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Q6. 연구를 하면서 느낀 한의학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임상을 하시는 분들이 더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이론들이 정말 working하는지 느낀다면 더욱 큰 매력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연구자 입장에선 연구할 주제가 많아서 재밌게 느껴지면서도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Chapter 3. 정원모 한의사의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

Q1. 선생님께서는 현재 어떤 연구를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하는 연구는 크게 CMS, DDM(data-driven medicine)으로 나뉩니다. CMS는 침에 대한 기전 연구에 해당합니다. fMRI, PET-CT 등을 활용해서 침이 어떻게 통증을 조절하는 지 뇌의 기전을 보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최근 제가 주로 관심 있는 분야는 침을 통한 “감정의 조절” 분야입니다.

DDM은 고전의서 관련 텍스트마이닝(의서를 활용한 데이터마이닝)이 주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아직 분석할만한 임상 데이터 소스가 적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는 고전 문헌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고전을 통해 얻는 자료들은 즉시 임상을 통해 검증이 가능한 경우가 적기 때문에 분석할만 한 임상자료를 얻기 위한 “플랫폼, 툴”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그 방편으로 “차팅랭귀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의 의료정보 분석을 위한 데이터 소스들
한의 고전 문헌의 텍스트 마이닝

Q2. 생소한 용어가 많은데, “차팅 랭귀지”에 대해 부연 설명 부탁드립니다.

의사는 환자가 앞에 있는 상태에선 차팅에만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아서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차팅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분석가능한 형태로 차팅할 수 있도록 “마크 다운 랭귀지(Markdown)”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크 다운 랭귀지는 쉽게 설명하자면, 차트를 공통의 규칙으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문서 작업시 ##표시가 있다면 해당 내용은 “제목”을 뜻하고, !표시는 이 차트가 초진환자에 대한 것이라는 나타냅니다. 이렇게 공통된 규칙으로 작성하면 컴퓨터가 쉽게 인식해 정보를 잘 추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차팅랭귀지를 통해 얻은 자료를 기반으로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파일럿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로 환자가 어떤 증상일 때 한의사가 어떤 침치료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증상을 넣으면 어떻게 선혈할지 프로그램이 80% 정도의 예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이 것을 “서브라임 텍스트(Sublime Text)” (편집자 주 :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UX(User Experience)가 다소 빈약) 을 활용해 웹 플랫폼으로 만들었습니다.

Q3. 한의사마다 치료에 있어서 개인의 선호도, 다양성이 있는데 차팅랭귀지를 쉽게 적용할수 있을까요?

차팅랭귀지는 임상의가 배워서 쓰는 형태이고, 용어 라이브러리를 통해 한의사가 입력할 때 자동완성을 유도해 용어의 통일성을 유도할 것입니다. 차후 어떤 증상에 어떤 처방이 가장 효율적이었는지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Q4. 이 연구의 의의는 무엇인가요?

고전 문헌을 통한 한의 지식 및 이론은 RCT나 EBM으로 검증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개체마다 특이성이 있고, 현실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연구 규모에 제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방식으로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임상 의료정보 분석을 통해 기존 한의치료의 이론을 검증하고, 새로운 지식을 쌓고, 가설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또 연쇄적으로 이를 통해 기존 한의 지식 및 이론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Q5. 이 연구를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본3 끝나고 광저우에 있는 병원으로 연수를 갔었습니다. 상한론 관련된 과 임상 참관을 했는데, 굉장히 위독한 환자들이나 당뇨가 심해서 발에 괴저가 진행된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한의학이 이대로 머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구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한의틔움 개발 또한 그런 관심의 연장선 상에서 진행하였습니다.

Q6. 아까 여러 프로젝트를 하신다고 하셨는데, 한 프로젝트를 하는데 보통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되나요?

보통 타분야 연구자들은 하나의 주제만을 깊게 팝니다. 하지만 한의계는 연구자 풀이 적어서, 아무래도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짧은 건 1년이고 길면 2-3년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난다고 관련된 주제가 전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중간에 단기적인 프로젝트도 있지만, 보통 연구실의 주제들은 다 맞물려 돌아갑니다.

Chapter 4. 정원모 한의사가 학생 여러분들께 드리는 말씀

Q1. 진로를 고민하는 학부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연구를 하든, 임상을 하든 기존 치료법에 대해 항상 의구심을 갖고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관심 있게 봤으면 좋겠습니다.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 않은 태도 같습니다.

Q2. 앞으로 어떠한 한의학 관련 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예전에 처음 한의틔움을 만들 때, 사용자들이 조문을 보면서 주석을 달고, 의견을 달면서 토론하기도 하고 서로 밑줄치며 같이 공부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실제로는 작업을 하면서 목표를 많이 좁혀서 한의틔움에서 구현화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그런 기능들이 앞으로 앱들에 포함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외에는 컨텐츠가 의서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컨텐츠들을 다룬 앱들이 나왔으면 좋겠고, 또 보다 고급의 프로그래밍 기술을 통해 시각화가 이루어진다든가 데이터를 가공해서 보여주는 등 한의서 그 자체를 보여주기보다는 가공해서 보여줄 수 있는 툴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한의사(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어플이 제일 좋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한의학이 옛날에 정체된 학문이 아닐 뿐 아니라,
현대의 기술이 접목되어 점차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정원모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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