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응시하는 수험생 대다수가 교과서만으로 공부하지 않듯이, 졸업시험 또는 국가고시에 응시하는 한의대생의 대다수가 교과서만으로 공부하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 사설 학회의 자료를 참고하여 공부할 수도 있을 것이고, 중의학 서적을 참고하여 공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특정 과목에 흥미를 가진 학생들끼리 그룹 스터디를 하며 자체 교재를 만들기도 하는데, 간혹 이렇게 만들어진 교재가 그룹 외로 유출·복제되어 저작권 관련한 시비가 붙곤 하죠. 각종 자료들이 정리된 요약본을 또다시 가공한 형태의 저작물은 저작권법 위반일까요? 때로는 작게, 때로는 크게 번지는 논쟁거리, 졸업을 위한 교재의 ‘저작권’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2다73493 판결

지난 2009년 방송된 드라마 ‘선덕여왕’은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하며 역대급 드라마 흥행을 이끌어냈는데요. 문제는 드라마 종영 이후였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선덕여왕을 똑같이 주인공으로 삼은 뮤지컬 대본이 드라마 방영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 뮤지컬 대본을 직접 쓴 작가는, ‘드라마 작가가 내 대본을 표절했다’며 저작권 관련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3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법원은 저작물의 표절 여부를 가리기 위해 몇 가지 판단 근거를 제시하였는데요, 그 중 이번에 다뤄볼 것은 바로 ‘의거 관계’입니다. 이미 존재하던 창작물 A와, 이후 창작된 창작물 B의 표절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창작물 B가 창작물 A에 의거하여‘ 창작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대본이 ‘뮤지컬 대본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는지 여부

대법원은, 의거관계는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의 유사성이 인정되면 추정할 수 있고, 특히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이 독립적으로 작성되어 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현저한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만으로도 의거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55068 판결 등)

위 사례에서는, 기존에 존재했던 뮤지컬 대본이 범하고 있는 역사적인 오류를 드라마 대본에서 똑같이 범하고 있다는 점, 등장 인물 간의 정치적 대립 구도, 등장 인물 간의 애정 관계 등이 모두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보아 우연의 일치나 공통의 소재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렵고 오직 이 사건 드라마가 이 사건 대본에 의거한 것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을 정도라고 보았습니다. (판결문 전문에서는 유사성이 드러난 부분 각각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데, 드라마 선덕여왕을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한 번 읽어봄직 합니다.)

창작, 복제, 그리고 저작권

또, 이와 관련하여 보다 명확히 창작과 복제에 대한 기준을 언급한 판례가 있어 판결문 일부를 가져와보았습니다.

  1.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무단히 복제하게 되면 복제권의 침해가 되고 이 경우 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복제하지 아니하고 다소의 수정·증감이나 변경이 가하여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창작성을 더하지 아니한 정도이면 복제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하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므로, 복제권 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7다63409 판결 등)
  2.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의 침해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침해되었다고 주장되는 기존의 저작물과 대비대상이 되는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점 이외에도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때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직접 인정되지 아니하더라도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되면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은 사실상 추정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목적과 수단은 항상 동시에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올바른 수단과 불합리한 목적이 함께인 것은 의미가 없고, 그럴 듯한 명분과 불법적인 수단이 함께인 것은 그릇된 집단 행동을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판례로 살펴보는 한의학, LAW-HAN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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