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마약과 관련한 사회적인 이슈가 생깁니다.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 몇 명이 공통적으로 대마초, 암페타민 등 마약과 연루되어 기획사의 이미지가 실추되기도 하고, 정치인 혹은 그와 관계된 인물이 마약과 연관되어 물의를 빚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마약을 해외에서 밀수입하거나 대마초를 직접 재배하는 경우 등입니다. 그런데 의료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경우는 따로 있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마약류취급의료업자’로 명시된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이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을 살펴보며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도8514

이 사건의 피고인은 산부인과 전문의 A,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B, 그리고 연예인 C, D, E입니다.

사건의 개요

전문의 A와 B는 개원 무렵부터 간단한 미용 시술 등에 ‘프로포폴’을 사용해왔습니다. 프로포폴은 전신 마취제로 사용되기도 하는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전문의 A와 B를 찾는 일부 고객들은 시술이 끝난 후 시술과 상관 없이 프로포폴을 추가로 투여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하였으며, 연예인 C, D, E 역시도 시술이 끝난 이후 간호조무사 등에게 ‘좀 더 자고 싶다’, ‘쉬고 싶다’고 얘기하며 간접적으로 추가 투약을 요구하는 등 프로포폴에 대한 의존 증상을 보였습니다. 이외에도 전문의 A는 2011년 2월 초부터 약 5개월 간 병원을 찾은 환자 5명에 대해 76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하였고, 전문의 B는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2명의 환자에 대해 76회 프로포폴을 투약하였습니다.

그러나 프로포폴은 상기한 바와 같이 향정신성의약품인 동시에 전신 마취제로도 사용되는 약물입니다. 이를 이용해 전문의 A, B가 내세운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프로포폴, 전신 마취 위해 사용했다?”

  1. 투약자들에 대한 프로포폴 투약은 언제나 시술과 병행하여 이루어졌다.
  2. 본인들이 시행한 시술은 고통이 심한 시술이기에 전신 마취 상태(프로포폴을 투여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3. 투약자들에게 중독 증상이나 의존증이 없었다. 설령 중독 증상 또는 의존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문의 본인들은 이를 전혀 인식할 수 없었다.
  4.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2011. 2. 1. 이후부터는 시술 시 프로포폴을 이용한 수면 마취를 2주 간격으로만 하도록 조치하는 등 의사로서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였다.

언뜻 보기에 마약류 취급과 관련한 의사 측의 주장은 나름의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시술 자체를 살펴볼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정황까지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정황이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새롭게 발견된 정황, 뒤집히는 분위기

산부인과 전문의 A의 경우,

  1. 의사 A가 시행한 시술은 레이저 토닝 등으로 원칙적으로 마약류 즉, 프로포폴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시술이었습니다.
  2. 의사 A는 진료기록부에 프로포폴(마약류)을 사용하였다는 의미로 ‘ⓟ’라고 기재하면서도, 그 사용량을 ‘〈 ㎖〉’라고 공란으로 남겨두어 프로포폴 사용량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 등 진료 기록을 조작하고자 한 흔적을 보였습니다.
  3. 뿐만 아니라 의사 A는 프로포폴 사용량을 조작할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사용한 내역이 기재된 기존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대장을 파기하고, 투약자를 임의로 선정한 후 이들에 대한 프로포폴 투약량을 부풀려 허위 기재하는 방법으로, 투약자별 프로포폴 사용량 일체가 허위인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대장을 새롭게 작성하기도 하였습니다.
  4. 마지막으로, 의사 A는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받는 자들로부터 투약대금을 송금 받기 위해 속칭 ‘대포통장’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피고인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B의 경우,

  1. 의사 B가 시행한 시술은 IMS 시술로 원칙적으로 프로포폴 투여를 통한 전신 마취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프로포폴을 30㎖ 투약한 것을 비롯하여 환자 두 명에게 총 76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하였습니다.
  2. 의사 B는 약 4개월 간 총 7회에 걸쳐 프로포폴 합계 1,220병(병당 20㎖, 총합계 24,400㎖) 상당의 구입 사실을 누락함으로써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대장을 거짓으로 작성하였습니다.
  3. 검찰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자 병원 매니저는 “연예인 D에 대한 프로포폴 사건을 지금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는 것 같다. 연예인 D가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여한 사실이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의사 B에게 연예인 D의 진료기록부를 없애달라는 부탁을 했고, 의사 B는 연예인 D 등의 진료기록부를 파기하였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 ‘프로포폴’

먼저, ‘프로포폴’이라는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프로포폴은 전신 마취 유도 및 유지, 인공호흡 중인 중환자의 진정 등에 사용되는 마약류 전문 의약품인데, 이를 이용한 수면 마취는 안전역(safety margin)이 좁아 약의 용량, 투여 속도, 환자의 체질이나 투약 당시의 신체 상태,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의사 대처 능력 등에 따라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입니다.

프로포폴이 국내에 도입·사용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향정신성의약품 즉, 마약류에 해당하는 약물이 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병원에서는 의사들에 의한 무분별한 프로포폴 오남용 현상이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투약 받은 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존성이 생긴 사람들이 프로포폴을 투약하기 위하여 많은 비용을 지출하거나 심지어 프로포폴을 훔쳐 투약 받는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따라서 프로포폴 오남용을 방지하고 그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 정부는 2011. 2. 1.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하게 됩니다.

‘마약류취급자’와 ‘마약류’, 처방권 가진 의사

그러나 결국 의사는 의료법에서 정한 ‘마약류취급자’에 해당합니다. 과연 위와 같은 경우도 마약류취급자인 의사의 적법한 마약류 사용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물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 등과 같은 ‘마약류’에 대하여 그 소지, 소유나 심지어 운반, 관리 등 그 취급이나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법령에 따라 허가 또는 지정받은 ‘마약류취급자’인 경우에만 엄격한 요건 하에 그들이 담당하는 고유한 업무 목적으로만 마약류를 취급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 프로포폴도 위 법률 규정에 따르면 마약류취급업자만이 그 업무의 목적으로만 취급 또는 사용 할 수 있으며, 마약류취급업자라고 하더라도 그 업무 외의 목적으로는 프로포폴의 어떠한 취급이나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프로로폴은 병원에서 의사가 취급하는 경우 마약류취급업자인 의사는 그 업무인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그 목적으로만 즉 ‘의료행위의 목적’, ‘의료의 목적’으로만 프로포폴을 취급,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3. 의사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의료행위인 미용 성형 시술, 통증 치료 시술과 병행된 프로포폴 투약 행위가 ‘의료행위 외 목적’으로 사용되어 위법하게 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에 대하여 보건대, ‘의료행위 외 목적’의 프로포폴 투약이라 함은 ① 병원 외에서 시술과 관계없는 불법 투약, ② 병원 내에서의 투약이라도 시술과 관계없이 오로지 수면 마취를 위한 투약을 포함하는 것은 물론, ③ 병원 내에서 의사의 미용 성형 시술, 통증 등 치료 목적 시술과 병행된 프로포폴 투약 행위라 하더라도 그 투약 행위가 오로지 질병 예방 또는 치료 등이라는 의료행위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시술을 빙자하여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시술을 빙자한 의사 마약류 투약’

또한, 법원은 의사 A, B에 대해 “의사로서 시술을 빙자한 프로포폴 투약은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피고인들은 진료기록부와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대장을 불법적으로 조작하거나 파기하기도 하였다. 의사에게 있어서 진료기록부는 양심의 표현물이고 환자에게 있어서는 건강참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진료기록부의 의미를 생각할 때 이를 파기하거나 조작하는 것 또한 그 죄질이 가볍지 아니하다.” 등의 문장을 판결문에 판시하여 올바르지 않은 진료 행위를 따끔히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서울지법 1심 판결 이후 이뤄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는 모든 항소 이유와 상고 이유가 기각되며 최종적으로 위와 같은 원심이 확정되었습니다.

위 판례는 의료행위를 빙자하여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비뚤어진 양심을 정면에서 지적한 사례입니다. 비록 한의계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할 지라도 치료를 빙자한 의사 마약류 불법 투약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으로 삼아 의료인으로서의 양심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범죄에 연루된 인물들이 많아 판결문 자체가 길어 핵심이 되는 내용만 발췌·요약하였습니다. 보다 자세한 정황이 궁금하신 분들은 판결문 전문을 읽어보시고, 의료행위의 사법적 의미에 대하여서는 지난 톡톡하니 칼럼 ‘의료인도 모르는 ‘의료행위’ 편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판례로 살펴보는 한의학, LAW-HANI >
위 글은 법학 전공자가 제공하는 전문 지식이 아닙니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은 변호사에게 의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