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① 非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시작으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의료인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이미 의료행위에 대해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무면허 의료행위라니, 어불성설로 느껴지시나요?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무면허 의료행위 ② 의료인의 의료행위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두어 의료인의 의료 행위 중에서도 면허 범위 내에서 행해진 의료행위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의료행위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포괄적이라 해석될 여지가 있으나(의료인도 모르는 ‘의료행위’), 의료행위가 각 의료인의 면허 범위에 따라 구분되므로 직군에 따라 실제로 시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인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훈련되지 않은 분야에서의 의료행위는 면허를 가진 자가 행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와 달리 평가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헌재 2013. 2. 28. 2011헌바398)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www.law.go.kr/법령/의료법

위 의료법 조항은,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보여주는 조항입니다. ‘의료와 보건지도’,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 등의 표현이 너무 애매모호해 어떤 의료행위가 어떤 의료인의 면허 범위에 해당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면허 범위의 해석을 두고 직군 간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고 있고, 이에 따라 면허 범위에 대해 끊임없이 사법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 3자 입장에서 보기에 다소 소모적이라고 느껴질 만한 판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각 직군 별 면허 범위를 모두 살펴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고, 일단 법원에서 해석하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살펴보겠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2헌마551,561(병합) 판결문에서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를 판단하다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구체적인 의료행위의 태양 및 목적, 그 행위의 학문적 기초가 되는 전문지식이 양·한방 중 어디에 기초하고 있는지, 해당 의료행위에 관련된 규정, 그에 대한 한의사의 교육 및 숙련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의료공학의 발달로 종래 의사가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되던 의료기기를 한방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 형사고발 등을 통하여 다투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어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없이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3. 12. 26. 선고 2012헌마551,561(병합))

위 헌법재판소 판결은, 한의사의 면허 범위 해석과 관련하여 일종의 분기점이 되었던 판결입니다. 위 판결 이전 한의사의 진단 기기 사용과 관련한 몇 차례의 재판이 단순히 ‘의료 기기의 개발 원리와 학문적 기초’의 상관 관계를 중점적으로 판단했다면, 위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보다 다각적인 관점에서 의료인의 면허 범위가 해석되기 시작하였으며, ‘의료행위’는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로 해석하는 시각이 대세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사법부 판결에 대한 행정부의 반응

위와 같은 사법적인 해석에 기반하여 2014년 3월 보건복지부는 한의사의 혈액검사와 관련, “한의사가 자동화기기를 사용해 혈액검사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하였습니다. 최근 한약 복용과 간 손상 간의 상관 관계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는 분위기 속에서 한의사는 한약 복용 전과 후의 간 손상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진단 수단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유권해석을 통해 근거 없는 간독성 루머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2011년에는 별다른 근거 없이 한약 복용이 간 손상으로 이어졌다는 의사의 주장을 기각하며 사법부가 한의사의 손을 들어주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6월 법률신문은, 지난 2013년 이슈가 되었던 한의사의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 사용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판결(2013. 2. 28. 선고 2011헌바398)을 두고, 앞으로의 판단에 사회 통념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이 고려된 헌법재판소의 전향적인 입장이 기대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판례평석(한의사의 초음파골밀도 측정기 사용 허용 가능성에 대한 소고)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위 판례평석은 의료인 간의 이해 관계와 관련 없는 법률 전문가의 시각에서 의료계 이슈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향후 판결의 흐름을 예측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사법부의 판단과 별개로, 사법부는 의료인 간의 면허 범위와 관련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입법적인 문제 해결 노력을 촉구(서울행정법원 2008. 10. 10. 선고 2008구합11945, 광주지방법원 2009. 7. 1. 선고 2009노657, 의정부지방법원 2014.6.3. 선고 2013노872 등)하고 있습니다. 의료법의 근본적인 기틀이 잡혔던 시점과 지금 시점의 의료 기술의 발전 정도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실제 의료 서비스가 행해지는 환경 역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므로, 입법적인 방법으로 의료인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라 하겠습니다.


< 판례로 살펴보는 한의학, LAW-HANI >
위 글은 법학 전공자가 제공하는 전문 지식이 아닙니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은 변호사에게 의뢰하시기 바랍니다.

1 COMMENT

  1. […]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원화된 의료 체계를 가지고 있어, 의료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90년대부터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대한한의사협회-대한의사협회 간 합의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근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양의사의 불법 침 치료(‘IMS’) 등 면허 범위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본격적인 의료일원화 제도가 논의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톡톡하니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Law-Hani 칼럼을 통해 면허 범위와 관련한 최신 판례를 분석한 바 있다.(무면허 의료행위 ② 의료인의 의료행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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