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의 사람들에게 있어 직업은 단순히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해내는 노동 이상의 가치를 가집니다. 사람들은 직업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타인과 교류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직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즉, ‘직업 선택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로, 자유주의적 경제·사회 질서의 밑바탕이 되는 기본적인 인권입니다.

한 편, 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의학사 또는 한의학사의 학위를 받는 등의 자격을 갖추고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하도록 하여 의료인의 범주는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의료인이라 할지라도 면허범위 외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  취급된다는 의료법 조항은 보건의료 영역에서 면허의 배타권을 극명히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의료인의 범주는 엄격하게 제한

‘직업’이 가지는 의미가 현대에 확장된 만큼, 직업 선택의 자유 내지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상황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명백히 제한하는 의료법 조항이 유지되고 있는,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직업 선택의 자유와 의료인 면허의 배타적인 성격 간의 충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헌법재판소 2015.7.30. 2015헌바51

비의료인 청구인 A는 20여 명의 환자들에게 척추를 교정하는 의료행위를 하고 회당 3만 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교부받았다는 범죄사실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년 및 벌금 300만원의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청구인 A는 ① 의료법에 ‘의료행위’가 정확히 정의되지 않았을뿐더러 ② 구체적인 의료행위의 수준이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무면허 의료행위 를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확인을 구했습니다.

의료인도 모르는 ‘의료행위’ – 판사만 안다는 게 실화??

궁금증이 생깁니다. 의료법을 아무리 읽어봐도, ‘의료행위’가 정의되지 않았거든요. 의료행위를 다루는 법이 ‘의료행위’를 정의하지도 않고 어떻게 시행될 수 있을까요? 의료법 위반으로 인한 처벌은 헌법에서 말하는 “법 없이는 죄 없다”는 원칙 즉,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와 상충되는 요소가 아닐까요?

①은 이전에 의료인도 모르는 ‘의료행위’ 편에서 ‘의료행위’의 의미와 범주를 이미 다룬 적이 있으므로 넘어가고, 이번에는 ②의 항변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의료행위 역시 상당히 다양하며, 그 위험성의 범주 또한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의료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이 적다면 비의료인이라 할지라도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헌법재판소는 판결에, “의료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근본인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단순한 의료기술 이상의 인체 전반에 관한 이론적 뒷받침과 인간의 신체 및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이 점에 관한 국가의 검증을 거친 의료인에 의하여 행하여져야 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아니한 방법 또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의한 약간의 부작용도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간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것인데, 하나는 ‘인체 전반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이고, 다음은 ‘신체에의 위해 가능성’입니다.

인체 전반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

실제로 인체 전반의 생리 활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의료행위를 시행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해의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성형외과 의사가 광대뼈 축소술을 시행하다가 과도한 골절제가 이루어지는 바람에 양측 하치조신경이 절단되어 영구적인 안면 일부의 감각 소실이 발생된 경우(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5. 18. 선고 2014가합543359)도 있는데, 이는 의료인이라 할지라도 국소 부위 시술에 집중하다가 시술 범위 외의 부위에 의도하지 않은 위해를 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국가가 인정한 체계적인 의학 교육을 받은 의료인 역시 이와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을 정도로 인체의 생리·병리 양태는 복잡하므로,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는 단지 위해의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신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신체에의 위해 가능성

단순히 손으로 이루어지는 ‘척추 교정’이 위 사례와 같이 큰 위험성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의학적으로 연구된 바를 살펴보면, 수기 치료 역시 예상 밖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료인에 의해 시술되는 것이 아니라면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다루는 국제학술지 Musculoskeletal science & practice에서는 지난 4월, 척추 교정을 위한 수기 치료가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해 다루며, 실제로 경동맥 박리나 운동 기능 상실 등이 발생하였음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침습적이지 않은 치료라고 할지라도 위험성은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무면허 의료행위 = ‘범죄’

위와 같은 위험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위와 같은 수기 치료를 ‘도수 치료’, ‘추나 치료’ 등의 이름으로 의료인이 시행해야할 의료행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위 판결에 대해 일부 재판관의 반대 의견이 있기도 하였으나, 면허를 취득할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행위라 할지라도 현행 법규 내에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근본인 사람의 신체와 생명의 안전 보장이 가장 우선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판례라 하겠습니다. 무면허 의료행위 OUT!


< 판례로 살펴보는 한의학, LAW-HANI >
위 글은 법학 전공자가 제공하는 전문 지식이 아닙니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은 변호사에게 의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