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외교부가 ‘나고야 의정서’ 비준서를 UN 사무국에 기탁함에 따라 올해 8월부터 한국 역시 ‘나고야 의정서’ 당사국 지위를 가지게 됩니다. 바이오 산업 종사자들은 나고야 의정서 발효에 따라 ‘로열티 세계 대전‘이 일어날 것이라 얘기하곤 합니다. 세계 각국의 고유한 생물 자원과 해당 자원을 활용한 전통 지식에 대한 국가의 소유권이 인정됨에 따라 지금까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많은 생물 자원들의 기원을 따지는 작업과, 기존에는 ‘문화재’ 정도의 의미만 갖던 많은 문헌 자료들의 가치가 다시금 재평가되고 있으며, ‘동북공정’과 같이 의도적으로 사실 관계를 왜곡하는 사태가 생물 자원과 전통 지식에 대해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나고야 의정서’가 무엇이길래 전세계 바이오 산업 기업들의 초점이 쏠리고 있는 것일까요? 또,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과 한의약 산업에 미치게 될 영향은 무엇일까요? 한의계는 나고야 의정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나고야 의정서를 한의계의 관점에서 자세히 알아봅니다.

1. ‘나고야 의정서’ 란?

나고야 의정서 내용 간단 모식도

간단히 보자면 ‘생물 자원을 활용하며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국제 협약’입니다. 보다 자세히는, 자원을 이용하는 국가가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 통보 승인(PIC)을 받고, 유전 자원 이용으로 얻은 금전적·비금전적 이익을 계약조건(MAT)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전 자원과 관련된 전통 지식 역시 보호 대상에 포함되는데, 예를 들어 미국의 한 연구원에서 한국산 인진쑥 연구개발을 통한 이익 창출이 이루어졌을 경우, 지금까지 미국의 연구원에서 독점하던 개발 이익을 한국과 분배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일 이러한 과정 없이 천연 생물 자원을 이용할 경우, ‘자원 해적 행위(Biopiracy)’로 보고 국제적인 재산권 침해 소송을 겪게 됩니다.

2. ‘나고야 의정서’, 한의학에서의 의미는?

‘나고야 의정서’ 에 따르면, 개발 이익의 공유 대상이 생물 자원에 국한되지 않고 유전 자원과 관련된 전통 지식 역시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처방을 바탕으로 외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연구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우리는 우리에게 남아 있는 문헌 지식을 근거로 이익 공유를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과학 기술 연구 분야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한의서들이 현대 연구 현장에서 ‘지식의 보고’로 인정받아 다시금 그 의미를 되찾게 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고유의 한의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상의학’은 시대에 앞서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지향한 학문인 만큼 연구 가치가 높을 뿐더러 우리나라의 고유한 전통 지식으로 인정받을 만한 근거 역시 충분한 분야로 볼 수 있겠습니다.

3. 한의계에 예상되는 문제점은?

유전 자원을 활용하는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전통 지식과 원료들을 사용하는 데다 유전 자원인 약용 식물도 중국에 기대고 있어 당장 대비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특히 이번에 중국 의회가 새롭게 내놓은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 관리 조례’ 초안은 중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법안으로 평가되는 만큼 자원 이용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불리하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먼저 한의약 처방과 관련하여, 550여 종의 한약재 중 국내에서 재배, 가공, 유통하는 것은 50~60종으로 수입 한약재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가져다 쓰고 있어, 중국이 생물 자원에 대한 보유국으로 로열티를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 지식과 관련하여서는 우리나라 한의학의 근간이라 볼 수 있는 한의서 「동의보감」 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고야 의정서’ 에 따라 중국 측에서 “「동의보감」의 90%가 중국의 의서들을 인용하였으니 이에 대한 로열티를 달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는 “「동의보감」은 400년 이상 이어져 오며 이미 한국화 된 전통 지식인데, 단순히 책에 기록된 인용과 기원만을 가지고 주권을 주장하면 안된다”는 반론을 피고 있는데, 전통 지식에 대한 중국 측의 소유권 주장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근거 마련이 시급한 상황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4. 현재 한의계의 대응 현황

한의학연구원에서는 2007년부터 전통의학고전국역총서를 매년 간행하고 있습니다. 이 총서 시리즈는 우리나라 특유의 한의서만을 엄선하여 표점, 해제를 가해 놓았습니다. 때문에 중국이나 여느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산하의 자원으로 약재 구성이 된 사례들이 많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한국적인 것’이라는 소재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는 지금, 40여 권의 이 총서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적지 않은 양의 지식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국립생물자원관(이하 생물관)은 국내 자생생물의 정보를 관리하던 9개의 시스템을 한데 묶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species.nibr.go.kr)’을 구축하기도 하였습니다.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은 그동안 생물관에서 관리해 오던 다양한 빅데이터 정보를 통합한 것으로, 나고야 의정서 의 국내 발효를 앞둔 시점에서 자생 생물 유전 자원의 정보를 비롯, 해외에서 자생 생물 유전 자원을 이용할 경우 절차 준수에 대한 각종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최근 일회용 부항, 피내침, 이침 등 다양한 국내의 한의 치료 도구들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은 나고야 의정서의 발효 이후 보다 큰 의미를 가지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의 치료의 핵심적인 부분인 침 치료에 있어서도 경희대학교한방병원 남동우 교수의 ‘침 시술의 감염관리 국제표준 제정 제안’이 채택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하였습니다.

5. 앞으로의 행동 방향은?

나고야 의정서 의 발효에 대비하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전통 지식과 지역 공동체의 보유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 선결 과제입니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토종 한약재에 대한 유전 자원 확보사업이나, 특허청이 2007년부터 한국 전통 지식 포탈을 통하여 한의학 및 약재를 포함한 전통 지식 DB를 구축하고 검색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은 국내 한의약 분야의 유전 자원 관련 전통 지식을 파악하고 정비하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큽니다.

한편, 해외 수입 약재에 대한 유전 자원 및 관련 전통 지식 포함 여부를 파악하여 이익 공유가 필요한 경우 한의약 산업의 추가적 비용 발생에 대비하여야 합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약재의 경우 수입 약재를 국내 토종 한약재로 대체할 수 있는 연구 개발을 촉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의약 산업과 관련하여서는 한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재의 기원을 파악하고, 국내 토종 약재에서 기원 물질과 관련된 전통 지식이 활용되는지 여부 및 그 내용을 목록화한 후, 국내 보유자인 지역 공동체를 확정하고, 해외에서 해당 전통 지식의 이용을 원하는 경우 어느 범위에서 사전 통보 승인의 대상으로 할 것인지, 이익 공유는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지 결정하여야 합니다.

< 참고 자료 >


< 판례로 살펴보는 한의학, LAW-HANI >
위 글은 법학 전공자가 제공하는 전문 지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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