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 영리병원과 보건의료의 미래

우리나라의 제 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관련한 이슈가 뜨겁다. 지금까지 의료법 상 영리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었으나, 예외적으로 제주도에 영리법인이 의료기관 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영리병원이 앞으로 보건의료 정책에 미칠 영향이 이슈가 되며, 이따금씩 논쟁이 거세졌던 의료민영화 관련하여서도 다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영리법인이란, 말 그대로 이윤을 추구하는 법인이다.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투자자들에게 창출된 수익을 배분한다. 주식회사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자본이 적극적으로 의료 서비스에 개입할 수 있게 되면서, 녹지국제병원(제 1호 영리병원)은 의료민영화의 초석 단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의 의견이었다. 수익 창출을 위한 의료 서비스는 곧 수익 창출’만을’ 위한 의료 서비스로 변질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리병원 되나? – 녹지국제병원

현재도 양의계는 ‘돈이 되는’ 전문 분과에 인력이 과잉 공급되고,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부 분과에는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소수과 전문의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돈’ 때문에 환자들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무리한 이윤 추구를 위해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다거나 대리 수술이 이루어지는 등 의사 윤리와 관련한 문제 제기도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어 의료 서비스는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다. ‘영리병원’까지 끼얹어버리면 무슨 문제가 어떻게 발생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원희룡 도지사는 “(녹지국제병원 허가가)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허용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등에서 명시적으로 외국인대상 병원으로 특정하고 있지 않고 있고, 내국인 진료를 금지할 법률적 근거도 없다는 점에서, 제한적 허용은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의사협회는 내국인 환자가 응급상황 등으로 녹지국제병원 방문 시,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사망 또는 다른 중한 질환 발생 등 문제가 생기게 되면 영리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논의의 우선순위는 물론 환자의 생명과 안전이겠지만, 의료 서비스의 공급자 입장에서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정황이다.

의료 서비스 소비자-공급자 모두 불만족

의료비 폭등 우려, 개인 정보 유출 우려 등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는 이미 보도해명자료를 내놓으며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 의료법인의 자법인은 숙박․여행업 등 일부 부대사업을 수행하며, 건강보험적용 대상인 의료와는 무관하여 의료비 폭등 기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 의료기관 간 진료 교류 체계 구축은 국민 불편 해소가 주요 목적으로, 환자 동의를 전제로 구축하는 것이다. 진료 정보 교류에 따른 정보 유출·전송 오류 등 정보 보호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약 20여년간 미국 영리병원의 질, 효율성, 의료비를 비영리병원과 비교한 70여 편의 논문을 저명학술지에 발표한 전문가, 미국 Harvard 의과대학 David Himmelstein 교수는 전혀 다른 주장을 제시한다. 영리병원이 주로 부유층을 상대로 불필요한 고급기술을 사용한 결과 높은 의료비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수익성이 낮은 정신질환응급진료(psychiatric emergency care)에서는 진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되어 의료의 질이 불균형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에 비해 사망률 2% ↑
· 영리병원 행정관리비 34%로 비영리병원 24.5%, 공공병원 22.9%에 비해 높아 관리운영 비효율적

Himmelstein 교수는, 미국을 포함하여 세계 모든 국가에서 영리병원의 기능은 비영리병원의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로 한정하고 있고, 이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한국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먼저 심사숙고한 뒤 영리병원정책을 다루는 것이 현명한 접근이라고 충고하였다.

또한 영리병원 도입논의를 장기간에 걸쳐 사회적 합의과정을 걸쳐 결정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하면서, 캐나다를 사례로 들기도 하였다. 캐나다는 20여년간 논쟁을 거쳐 결국 영리병원을 허용하였으나, 정교한 규제 장치를 통해 영리병원의 기능을 설정하고 있어 영리병원 비율이 2%에 못 미치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을 앞둔 우리나라가 충분히 참고해야 할 사례다.

수익성 높은 심장절개 수술율에 있어 영리병원은 공공병원에 비해 13.0%, 비영리병원에 비해 7.3% 더 높은 반면, 수익성 낮은 정신질환응급진료는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제주도민의 민의를 무시하고 공론조사위원회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약속마저 저버리며 국민의 건강과 의료를 외국자본에 맡긴 원희룡 지사의 이번 결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리병원의 허가는 과잉의료, 의료비 폭등, 의료양극화로 이어져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영리병원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는 “영리병원은 제주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는 국가적인 문제”라며, “영리병원 강행과 숙의형 공론조사 제도 무시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문재인 정부도 책임감 있게 나설 것을 요구한다. 국민들을 기만하면서까지 영리병원을 강행하는 행태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최초의 국내 영리병원 개설과 관련한 정부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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